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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우리 돈 좀 써 줘"… 테헤란밸리에도 '엔젤' 넘친다 - 조선일보

crime-cimne.blogspot.com
입력 2020.08.27 17:00

[스타트업 다이어리] 임정욱 tbt 대표

8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살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관찰한 일이 있다. 그러면서 놀랐던 점은 벤처캐피털(VC)이 너무 많아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것이다. 좋은 스타트업이 있다면 VC들이 찾아서 먼저 연락한다. 그리고 자기들이 창업자들에게 더 우호적인 투자자라면서 구애한다. 그러다 보니 VC들마다 개성이 있고 투자 분야가 명확하다. 투자 설득을 위해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거꾸로 VC가 회사 소개 발표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리 투자를 받으면 투자금 이외에 어떤 도움을 또 줄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자가 창업자들에게 좋은 '평판'을 쌓는 것이 중요했다.
/GES 2016년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GES(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 행사에서 심사위원들이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설명을 듣고 있다.
/GES 2016년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GES(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 행사에서 심사위원들이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설명을 듣고 있다.

반면 2013년 말 한국에 돌아와 보니 스타트업 생태계는 척박했다. 알려진 VC도 많지 않았고 창업자들은 투자받기 위해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돈만 투자받아도 감지덕지하고 그 이상 VC에게 바라는 것이 없어 보였다. '투자자 우위' 시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VC도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듯 보였다. VC에게 투자받은 일이 있는 한 창업자는 내게 실리콘밸리의 이야기를 듣더니 "VC가 돈 이외에도 도와주는 것이 있나요?"라고 놀라기도 했다.

그로부터 7년, 이제는 한국도 많이 변했다. 벤처 투자 금액과 VC 숫자가 늘어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 투자액은 7조원이 넘었다. 10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났다. VC 숫자도 이제 200개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도 실리콘밸리처럼 스타트업 투자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스타트업이 아니라 VC의 평판이 중요해진 시대가 온 것이다.

나도 지난 3월부터 벤처투자사인 TBT의 공동대표로 자리를 옮겨 투자 경쟁에 뛰어들었다. 첫 번째로 투자하고 싶었던 A사가 있었다. 우리가 돈을 투자하겠다고 꽤 공을 들였는데 경쟁사에 빼앗겼다. 하긴 좋은 회사는 누구에게나 다 좋게 보이는 법 아니겠는가. 또 다른 스타트업 B사에겐, 화상회의를 통해 우리 회사를 열심히 소개했다. 그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 따로 발표 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투자 후에 우리가 어떻게 그들의 해외 진출을 도와줄 수 있는지 열심히 설명했다. '우리 돈 좀 써달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다만 B스타트업의 사정으로 투자가 무산돼 아쉬웠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투자자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자도 선택받을 수 있으니까. "창업자에게 더 친절하다", "투자하고 나면 잘 도와준다"는 평판을 쌓기 위해서 노력하는 VC들이 늘어난다. 실리콘밸리와 테헤란밸리의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August 27, 2020 at 03: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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