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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우리는 ‘가짜 빵’을 먹고 있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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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마틴 코언 지음·안진이 옮김/520쪽·1만8000원·부키
한국인에게 ‘밥’이 있다면 서양은 ‘빵’이다. 2400년 전 고대 그리스인은 이미 여덟 종류가 넘는 빵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곰팡이 제거제 등 화학물질을 넣고 대량 생산한 ‘가짜 빵’을 먹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진 갈색 빵 한 조각은 최고의 아침식사다.”

17세기 인간의 자연권을 옹호한 영국의 정치 철학자 존 로크(1632∼1704)의 말이다. 한국인에겐 밥이 최고의 음식이라면, 서구에선 빵의 미덕을 말한 사상가가 많았다. 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1712∼1778)는 갈색 빵을 ‘괜찮은 와인과 함께’ 먹으면 훌륭한 식사가 된다고 찬양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먹는 빵은 그 시절과 다른 ‘가짜 빵’이라면 어떨까?

‘진짜 빵’은 밀가루, 물, 이스트와 소금 한 자밤이면 충분히 만든다. 그런데 영국에선 1961년부터 ‘콜리우드 제빵 공정’으로 빵을 대량 생산한다. 이 공정은 고속 분쇄기와 값싼 곡물, 마법 같은 화학 물질을 사용해 두 배 빨리 빵을 만든다. 그 속엔 곰팡이 제거제, 살충제로 재배한 대두, 샴푸에도 첨가되는 유기화합물이 포함되어 있다. ‘가짜 빵’의 불편한 진실이다.


점심 메뉴부터 건강을 위한 식단 관리까지. “오늘 뭐 먹지?”는 현대인의 가장 중요한 고민이다. 책은 이 고민을 철학의 핵심 주제로 살려낸다. 영국의 철학자인 저자는 현명한 식생활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디테일이 중요하다. 2.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3. 크리스털 꽃병을 깨뜨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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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원칙은 쉬운 해결책이나 단순한 생각에 저항하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채소로 섭취하는 비타민은 영양제와 질적으로 다르다. 두 번째는 식이요법과 관련된다. 한 가지 음식을 끊거나 줄이면 어딘가에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원칙은 균형에 관한 이야기다. 정밀한 부품이 섬세하게 배열된 인간의 몸은 불가사의할 만큼 복잡하다. 이런 몸에 극단적 굶기 등의 망치질로 균형을 깨뜨리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에 역사 속 흥미로운 음식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전복의 철학자’ 니체는 “양심 없는 독일 음식 때문에 소화불량이 독일의 정신이 되었다”며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식단을 시도했다. 그 가운데는 과일, 채소를 멀리하는 육식 위주의 식단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미래파’ 예술가들은 괴상한 식단을 자랑했다. 닭의 배 속에 자동차 부품을 넣고 오븐에 굽거나,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이혼한 달걀’이라고 이름 붙였다. 저자는 이들의 극단적 생각이 파시즘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식품 기업들이 숨기는 정보도 여과 없이 폭로한다. 이를테면 현대의 ‘기능성 밀가루’에는 젤라틴이 포함된다. 젤라틴은 돼지고기와 쇠고기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나 이슬람교, 유대교 신자에겐 중요한 정보다. 그럼에도 성분표에는 기능성이라는 이름만 표기되며 젤라틴은 누락된다.

식재료에 관한 문제부터 잘못 알려진 상식 등 실용적 내용과 철학적 지식을 맛있게 버무렸다. 이를 통해 ‘먹기’의 철학적 태도를 가꾸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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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9,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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